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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요가의 시선으로 본 트라우마

작성자
요가과
등록일
2021-10-01
조회수
403
첨부파일

[경상시론]요가의 시선으로 본 트라우마

서구에선 트라우마 치료로 요가 활용
감정 변화에 따른 신체감각 인지훈련
무의식적으로 억압된 감정 정화 효과

▲ 곽미자 춘해보건대 요가과 교수

올해 5월에 개봉된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트라우마를 겪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 한나는 소방대원으로서 산불 진화 작업에서 세 명의 소년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주변 동료들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사고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고통스러워한다.

트라우마는 더 이상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트라우마는 우리의 일상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직접적인 또는 간접적인 정신적 외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도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2018년에 개소된 국가 트라우마센터에서는 예기치 못한 재난과 사고를 겪게 될 때 미치는 영향을 다섯 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1차는 재난으로 인해 직접적인 충격이나 손상을 입은 재난 피해자이며, 2차는 재난 피해자의 가족, 친구, 동료 등 가까운 지인이며, 3차는 재난 지원인력으로서, 재난 상황에 참여하였던 재난업무종사자들로 구조 복구 작업에 참여한 소방관, 경찰관, 응급대원,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이다. 4차는 지역사회로서 재난이 일어난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주민이다. 5차는 전 국민으로서, 매스컴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가 겪었던 트라우마는 세월호 사건이다. 세월호 사건 당시는 그것이 트라우마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다 몇 년 후 무의식을 정화하는 심리치료 워크숍에서 나의 무의식 한 켠에서 불쑥 올라온 슬픔과 동시에 묻어두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 사는 주민도 아닌데, 더욱이 현장에 참여한 재난업무종사자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는 무의식의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기노출을 하는 이유는 아무렇지 않은 게 아니라는 것,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우리 사회의 문화가 달라져야 하는 까닭에서다.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해서다.

트라우마 치료에 심리상담을 많이 활용한다. 심리상담은 아무렇지 않은 척 해왔던 정서를 돌보는데 도움이 된다.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본다. 예를 들자면, 몇 해 전부터 심리상담사가 직접 소방서로 찾아가서 모든 소방관을 상담하는 ‘찾아가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해오고 있다. 소방관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은 있지만 직접 상담기관을 방문하는 소방관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리상담사가 소방관을 찾아가는 것이라 본다. 이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심리상담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신념도 크다 하겠다. 어느 상담사에 의하면, 15분이라는 짧은 상담시간 동안, 도움을 받는 소방관도 있지만 트라우마를 치료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대체로 이들은 심리상담을 받는 것이 나약한 사람으로 낙인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직업상 강해야 하는 사람인데 감정을 표현하면 약해지는 것 같아 싫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상담사와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면 다른 동료들이 “뭐 문제 있어?”라는 식으로 보는 직장 문화도 심리상담을 받기를 꺼려하게 한다.

요가의 시선으로 볼 때,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세계의 다양한 자극을 내가 원치 않아도 접하게 된다. 이왕이면 정신건강에 좋은 것들만 보고 듣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면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요가에서는 감정에 따라 일어나는 신체감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을 한다. 요가자세를 하면서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에 끊임없이 알아차림 하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기본 원리를 토대로 몸이 기억하는 무의식적 감정을 정화하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요가가 트라우마 치료로 인식되고 있으며 심리치료와 함께 병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없는 사람들은 몸의 감각을 알아차림으로써 억압된 감정을 통찰하게 되며, 억압된 감정으로 나타나는 신체의 증상을 알게 되므로 심리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효과적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고 심리상담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요가의 치료적 측면을 활용했으면 한다.

곽미자 춘해보건대 요가과 교수